툼레이더2 - 만리장성 레벨 └ 액션 / 슈팅

<툼레이더2>는 중국 진시황의 단검에 대한 전설을 라라가 찾아나선다는 스토리로 전개되는 게임입니다. 한편으로 전작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시작부터 임팩트를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은 첫 스테이지를 만리장성으로 결정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툼레이더2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레벨을, 이 레벨로 꼽습니다. 만리장성이요. 당시 PS1이 아닌 합본팩이었기에 일일이 메모리카드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서 바로바로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툼레이더2에서 세이브 많이했던 레벨은 만리장성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가장 짧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우선 시작점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호랑이가 등장해줍니다. 그리고 선반을 잡고 능선 따라 어느 건물로 들어서면 갑자기 라라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물에 빠진 라라를 육지로 올려보내면 아주 넓은 갭 너머에 레버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건 러닝 점프를 해야 건널 수 있는 갭인데요. 제대로 된 타이밍에 하는 러닝점프와 함께 제때 모서리를 잡는 법을 모르면 넘어가기 힘든 갭입니다. 그래서 겨우 갭을 넘어 레버 내리고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왠지 호랑이보다 체력이 센 듯한 커다란 새 2마리가 날아옵니다. 다 처리하고 성 아래로 내려오면 물에 빠지고, 물 안에 열쇠를 가지고 육지로 올라서면 갑자기 호랑이가 라라의 뒷통수를 후려갈깁니다. 처리하고 성으로 기어 올라가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벌레가 툭 튀어나와 라라를 공격하죠.

여튼, 또 열쇠 구하고 문안으로 들어가면 상자가 길목을 막은 것이 보입니다. 상자를 당겨 길을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톱날이 날아당기는 함정 방을 만나게 됩니다. 조심해서 물을 건너 이 함정방을 넘어가면 경사로가 보이는데 이 경사로 위쪽에서 돌이 굴러옵니다! 뛰다보면 바로 정면에 가시! 점프해서 또다른 경사로를 슬라이드하여 내려가면 갑자기 양쪽에서 가시벽이 다가옵니다. 가시벽을 피해 다른 복도로 올라서면 라라의 다리를 노리는 칼과 무너지는 바닥이 있어 잘 점프하며 달려야 하고, 이 복도를 넘으면 또 움직이는 가시벽이 옆에서 라라를 깔아뭉개려 다가옵니다. 그리고 달려서 복도로 들어서면 가시벽이 또! 복도를 무사히 건너니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고 이 길을 미끄러져 내리면 또 가시벽이 다가옵니다(...) 이때 구석에 무너지는 바닥을 발견하고 거기 위에 서봅니다. 가까스로 떨어지면 일단 안전한 곳인데 너머에 굴러다니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이걸 피해서 자일을 잡기 전, 왠지 절벽 아래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갑자기 쿵쿵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T-REX가 등장! 이 T-REX를 죽이고 어둠을 헤쳐나가니 보물이 보입니다. 보물을 먹고 다시 돌아서니 또 T-REX가 등장(...)




이쯤 들으면 오프닝레벨치곤 상당히 어려운 첫 스테이지라는 점을 아셨을 겁니다. 툼레이더는 언제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첫 스테이지는 항상 함정이 많고 매우 불친절했어요. 다른 게임들은 눈에 익히기 쉽게 하기 위해 첫 스테이지를 매우 쉽게 만들거나 설명을 해주는데 말이죠. 툼레이더의 세계는 그렇기에 시작부터 죽으면서 학습하게 됩니다. 때로는 세이브를 했는데, 그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아서 바로 죽기 전 세이브를 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그럴 만도 한게, 이 레벨을 통해서 툼레이더의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도중에 그만둘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어렵지만, 동시에 레벨 자체는 툼레이더의 목표를 제대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툼레이더는 레벨 자체가 퍼즐을 푸는 것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함정이나 적을 두어 상당히 활동적으로 변하는 게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툼레이더가 이런 위험없이 그냥 퍼즐푸는 것만 있었다면 어드벤쳐로 구분되었을 거에요. 이런 위험요소 때문에 플레이어의 손을 바쁘게 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 레벨디자인의 목표입니다. 더불어 항상 먹기 힘든 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특성도 보여줍니다. 가시벽이 밀려오는 곳 바닥에 있는 옥색용이나 아니면 T-REX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금색용을 보면 알 수 있죠. 아, 추가로 회색 용은 맨 처음 유저가 공략대로 움직이면 전혀 다다를 필요가 없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사실 회색용과 옥색용은 눈에 띄어서 발견하기 쉽습니다. 고로, 이 두 용을 통해서 유저는 보물을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어느 정도 알게 됩니다. 보물은 항상 보이는 길목 옆, 혹은 위험한 곳에 있다구요.

이런 고로 1레벨인 만리장성은 툼레이더 내의 각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툼레이더가 어떤 게임인가에 대해 백마디 설명하기 보다, 레벨1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이 어떤 난이도를 지녔고, 어떻게 유저를 유도하는 지에 관해서 만리장성의 레벨디자인으로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불어 특이하게도, 레벨1을 넘어가면 다음은 베니스 레벨로 넘어갑니다. 다시 중국으로 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는 2가지 느낌을 만드는데요. 하나는 갑자기 이야기가 끊긴 느낌입니다. 만리장성으로 워밍업했고 뭔가 이 장소에서 더 많은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맵으로 넘어가게 되니까요. 둘은 버라이어티해진 느낌입니다. 아마 경우에 따라서는, 만리장성의 연속함정크리 때문에 중국맵은 위험하고,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바로 밝은 레벨인 베니스가 등장했을 때, 배경이 크게 달라진 것을 보면서 다채롭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겁니다.

이것은 하나의 칩셋이 반복되는 느낌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하나의 맵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그 맵의 그래픽이나 맵이 가진 여러 오브젝트 요소에 관해 물려가게 되는데요. 잠깐 그 맵에서 빼내어 다른 맵을 보여줌으로써, 한 맵의 그래픽과 오브젝트요소에 빨리 질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만리장성 레벨이 복잡하고 위험한 함정요소를 보여주었기에, '중국 레벨은 위험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었구요.

더불어 T-REX의 자연스런 등장씬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때로는 점프스케어 없이도 무서운 씬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점프스케어를 위해 강렬한 소리와 함께 뙇하고 등장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어둠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위협이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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