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믹호러 매니아를 위한 [더 보이드] └ 호러 / 미스터리



더 보이드는 더 씽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특수효과를 썼다는 점과 그로테스크한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죠. 다만, [더 보이드]는 [더 씽]과 다릅니다.

주된 오마주가 되는 [더 씽]은 러시아인과 미국인이 있는 외딴 장소에서 그 누가 세계를 멸망시킬 그 것을 지녔는 지 모른다는 설정이 당시의 냉전시대와 전쟁으로 인한 종말의 우려를 돌려말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누가 괴물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설정으로 심리적인 긴장감을 표출하고, 허무감과 불안의 여운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보이드]는 심리까지 찌르는 깊이가 없습니다. [더 보이드]의 설정이 HP러브크래프트의 막연한 미지로 부터 오른 경계심과 공포부터 시작하여, 공허감을 통해 사람이 망가지고 유혹당하는 과정을 통해서 애드거 앨런 포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어떻게 심리를 찌를까에 대한 고민보다, 그냥 비슷한 표현을 내는데만 그칩니다. 언급한 작가들 처럼 그 심연으로 들어가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이 주인공과의 최후결전을 앞두고 '아이고 의미없다'식의 자기철학을 읊는 장면에서 부족함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그건 흔한 오락영화 속의 악당의 설교이지, 그것이 전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연출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보이드]의 장점은 다양한 크리쳐물에서 보여진 장면들을 잘 짜집기해 하나의 제대로 된 영화로 완성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크리쳐가 나오는 영화, 게임을 즐겨하는 매니아라면 [더 보이드]에서 선배 크리쳐 호러물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면과 컨셉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광신도 같아 보이는 이들은 가장 가까이에서는 사일런트힐을, 아주 멀리가면 크툴루의 부름까지 연상시킵니다. 멀찍이서 사이렌이 울리는 장면은 그대로 사이렌이란 영화를 떠올리게 하며, 이세계와 결합되어 간다는 컨셉은 역시 사일런트힐과 사이렌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모습은 헬레이저와 이벤트호라이즌을 떠올리게 합니다. 생각해보니 언급하는 작품들이 죄다 이세계가 현실세계로 밀려들거나, 아니면 그 곳으로 말려들 위기에 빠졌다는 컨셉의 내용이군요.

마지막으로 [더 보이드]는 따분하지 않습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흥밋거리를 던져주는 구조로 [더 보이드]를 관람하면서 신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어력도 있고, 피가 자주 튀며, 오래간만에 CG없는 크리쳐를 만끽할 수 있고, 혼란에 빠진 생존자들간의 갈등 등... 크리쳐영화에서 볼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만에 크리쳐/코스믹호러 영화를 봤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인 겁니다.




덧글

  • G-32호 2017/05/19 12:51 #

    그나저나 삼각형 형상에 촉수가 휘날리고 광신도 비스무리가 오오 하는 걸 보니 아무리봐도 크툴루신화지 말입니다

    코즈믹 호러를 표방하는 영화래도 좀 저런데서 차별화를 둘 수는 없었는지..

    그리고 막판의 악당이 주절거리는 건 러브 크래프트 선생때부터 그러던 것이었으니까요. 그것도 일종의 오마쥬라고 생각해주죠.
  • 매드맥스 2017/05/19 13:01 #

    코스믹호러의 구도를 차용했지만 색다른 작품은 제 기억속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가 있었습니다. 그건 애드거 앨런 포의 광기에 대한 경계와 공포까지 포섭한 작품이죠.

    주절거리는 건 러브크래프트 선생이 원흉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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